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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S
전시소개
이 전시는 고전적 모티프를 기본으로 다양한 매체적 전환성과 부분적 조합을 통해 미적 방향성을 획득하고 있는 작가들을 고찰하는 전시이다.
동시대 미술의 창조성은 조합에 기인한다.
이 전시는 조합의 소재를 고전적 도상에서 가져와 기억과 환상, 공간성과 비공간성, 현실과 비현실을 미적 도구로 활용하여 미적 방향성을 획득하고 있는 김아라 / 윤정원 / 최해리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_KUZO
작가소개
최해리
최해리는 동아시아 예술사나 미술사의 재료가 되는 정전 [正典, canon]들을 참조하거나 복제 또는 전유를 통해 재창조된 작품들을 다수 제작해 왔다. 이 작품들의 제작 방식은 허구와 실재라는 근원에 대한 입장, 전통과 현대라는 시간성, 모방과 창조라는 가치의 서열 등 이분법의 체계와 경계를 사유하는 개념적인 장치가 된다.그의 작품 [복제품 : 심사정, 정선, 패초추묘, 추일한묘, 2010]는 18세기 조선시대 한국 회화사를 대표하는 두 화가의 동일 주제를 한 화면에 그려 넣어 서로의 이미지를 거울처럼 반사하고 침범하도록 만든다.[무중력설죽하매한란사방위, 2016]는 11~16세기 사이의 다양한 중국 고전 회화들을 참조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여름에 내린 눈에 뒤덮인 매화와 함께 자라난 겨울 대나무, 겨울 난초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장면들과 사군자[四君子]들을 뒤섞어 전체를 사방으로 돌려 볼 수 있게 제작된 작품이다. [피에르, 페드로, 피터, 2016]는 한지에 검은 먹을 빠르게 칠해먹이 스며들지 않은 티끌이 하얗게 나타나면, 먹이 마른 후 이를 같은 모양으로 금분, 은분으로 양쪽에 그려 넣어, 같은 모양으로 세 번씩 빛나는 별들의 형상으로 검은 화면에 가득 채워 넣었다.[다면식 암흑, 2016]은 고전 동양 회화의 화조화를 연상시키는 새들의 형상을 화면 중앙의 금색 행성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정렬해 실크 위에 정교하게 다시점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에 대해 수많은 시점을 가진 다중 평면[multiplane]들이 존재하는 암흑[black]으로 호명해 평면의 입체성을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토끼의 뿔, 2018], [고딕 유스, 2018], [미끼, 2018]는 교토에 위치한 유네스코 유산을 순례하면서 촬영이 금지된 종교적인 조각상을 마주친 감흥과 더 이상 향유되진 않지만 디지털 아카이브로 남아있는 과거의 그래픽 문화를 교차시켜 제작한 소품들이다.
최해리는 챕터투[2018], 단원미술관[2014], 갤러리현대[2012], 송은갤러리[2008]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 일민미술관 2022], [피어서, SeMA창고 2021], [멀티-액세스 4913, 서울시립미술관 2019], [아트스펙트럼, 리움미술관 2016], [생생화화, 경기도미술관 2014]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일민미술관, 송은문화재단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윤정원
윤정원은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 문제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의 변화, 나아가 인간의 보편적 내면 심리를 다루는 작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그의 초기작업은 풍성한 아름다운 국화를 주요 소재로 하였고, 이는 모순, 위선의 모습을 지닌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국화에 투영한 것이다. 이후의 작업에서는 그로테스크하게 변형된 국화와 이를 뚫고 새싹이 돋아나거나 국화와 꽃이 혼재하는 형태를 표현하였다. 이는 자기 자신으로 구체화되고 주변인들과의 관계로 관심을 확장시켜나간 결과이다. 윤정원의 작업은 비단에 전통방식의 채색재료와 기법을 이용하여 그리는데, 비단은 고유의 특성상 연약하고 투명한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고도의 치밀함을 동반한다. 전통채색기법은 안료의 활용에 따라 다양한 질감의 표현이 가능한데 외곽선을 강조해서 그리고 선을 따라 안료를 쌓듯이 채색하여 두껍고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그는 2013년경 부터 불을 사용하여 태워 없애거나 없어져버린 것처럼 그려 형태를 파괴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얇은 비단, 두꺼운 안료, 화면의 일부를 불에 태워 생성된 구멍이나 흔적은 작품의 입체적 요소와 대비되어 화면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관람객의 감정을 극대화 시킨다. 그는 불은 일반적으로 상처, 시련, 고난을 나타내지만 한편으로는 정화, 카타르시스, 다음단계를 위한 도약의 의미도 있어 고통과 그것의 치유는 삶 속에 함께 공존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였다. “나는 인간의 유한한 삶과 같이 피고 지는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꽃, 복잡하게 뒤엉켜버린 꽃을 그렸다. 그리고 그 꽃들 사이를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를 그렸다. 비단위에 봉채와 석청으로 꽃을 채색하고 꽃의 외곽선을 여러 번 쌓듯이 칠하여 선을 강조하였다. 한편 화려하고 정교한, 생생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화면과는 대조적으로 불에 타 사라져버린 듯 보이는 불의 흔적을 표현하였는데, 작품에서 불은 생성과 소멸, 파괴와 정화, 시련과 고통 등 복합적, 양가적인 상징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나는 땅의 꽃과 하늘의 청색 / 새, 불과 물, 불의 속성 등 여러 대립되는 요소들을 한 화면 안에 표현하였다. 이는 우리의 삶은 고통과 치유, 갈등과 화해와 같은 여러 요소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삶의 가치, ‘아름다운 날들’을 발견할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윤정원은 금호미술관, 환원미술관, 가나아트스페이스, 선제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아트 이탈리아-대한민국 미술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 / 이탈리아 토스카니 MSM갤러리, 성립왕궁전시실, 이탈리아, 2013], [시대정신과 동양회화의 표현의식전, (재)한원미술관, 서울, 2014]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환원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김아라
김아라는 한국의 고건축 구조와 문양을 취사선택하고 추상적으로 풀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단청의 반복, 중첩, 대칭의 특징을 기본으로 전통 건축의 구조를 하나의 조각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회화, 조각, 설치 작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는 회화와 조각에 대한 방법론적 탐구의 과정에서, 천을 벗겨낸 나무 캔버스 프레임의 짜맞춤 구조 속에서 고건축의 반자(半字) 구조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캔버스 프레임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고건축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고건축은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감이 발달하였다. 안에서 밖을 보는 일이 일상이었고 주변 경관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건축물을 배치하였다. 안에서 밖의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고 자연과 건축물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자연에 흡수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벽 중심의 서양 건축과는 다르게 기둥 중심으로 구성된 전통 건축에서 우리는 빛이 관통하는, 기둥과 기둥 사이 창문과 창문 사이를 관통하면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건축의 구조들 사이를 관통하면서 이루는 한국 전통 건축만의 공간감이 존재한다. 이전의 작업은 나무 캔버스 프레임을 작은 오브제 형식의 작업으로 풀어내거나,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구조들이 뻗어 나가면서 형성하는 공간에 대한 확장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최근 새롭게 시도한 작업은 구조와 구조들이 관통하면서 이루는 공간감을 담아 고건축의 구조를 조금 더 이해하고자 하였다. 김아라의 회화 작업은 전통 건축의 구조를 조각으로 이해하고 이를 캔버스 안으로 가져온 작업이다. 전통 목조 건축에서 보이는
수평의 구조인 보와 도리가 교차하면서 이루는 구조를 캔버스 안에 재해석한 작업이다. 구조들이 수직과 수평의 형상으로 교차하면서 이루는 조형적 균형감을 담았다. 단청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인 반복, 중첩, 대칭의 방법론을 적용해 균형감을 추구하는 평면 작업인 것이다.